어느 날엔가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다툼이, 아무것도 아닐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다툼이 큰 싸움이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싸움을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싸움을 안하려고 극히 자재를 하지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다툼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냉전..
엄마와 함께 생활한 기억이 거의 없는 나 조차도..
어렴풋한 기억속에.. 부모의 싸움은 한순간 집이 지옥으로 변하는 마법같은 (나쁜) 일이었다는 기억..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아직 완벽히 성숙하지 못한 아빠라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결혼 초창기에.. 아이들이 없을 때는.. 참 많이도 투닥거렸는데..
여튼, 싸움과 냉전은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눈물날 정도로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못 받는 듯한 느낌에 패배감이 들었다.
세상이라는 전쟁터 속에서… 내 가족을 위해 안전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고자 고군분투 하는 아빠임에도..
왜? 사소한 존중을 못 받고 있는 것일까.. ? (다들 싸우면 이런 생각들 하시죠? )
이번 싸움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이 뇌를 강하게 지배했다..
반드시 그냥 넘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주도권을 잡아보리라!
하루를 온전히 말을 안하고.. 다음 날 저녁이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는 듯 보였고, 엄마는 방안에 틀어박혀 나올 기미가 없었다..
주방에서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엄마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와서는 주방을 지나 수납칸에서 먹거리들을 주섬주섬 챙겨서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 보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이 있음에도..
이번엔 반드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강하면서도 단호하게 !
나의 모든 의지를 한마디에 담아 소리쳤다!
“졌어!!!”
먹거리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아내는 나를 보며 죄인이 머리를 조아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뭐를 잘못했는지 말해봐’
나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지역의 우두머리를 놓고 펼쳐지는 대장 사자의 늠름한 자태로 강하게 맞받아 쳤다..
‘몰라몰라. 자기는 이쁘니까 무조건 내가 잘못한거야!’
아내는 사약을 받은 부패한 신하의 표정으로.. 곧 철퇴가 내려질지 모르는 이 긴장된 순간에도 여유있는 모습을 애써 보이며..
‘풋~ ’ 하고 웃어보이고는 방으로 들어가며 자신이 패했음을 알렸다..
‘금방 나올태니까 오이깍아놔!’
나는... 정복한 성을 함락하러 들어가는 대장처럼.. 늠름하고 꼿꼿한 자세로.. 함빡 웃으며..
기쁨에 소리쳤다..
‘자기가 좋아하는 오이 탕탕이 해줄께~ 빨리나왕~’
하… 오늘도..
어려운 전쟁이 끝났다..
이 험란한 싸움을.. 이렇게 승리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는다..
세상살이… 참…. 쉽다..
나.. 기쁜데 왜 슬픈거냐? ㅠㅠ
부부만의 고민은 남들이 알 수 없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
성인들의 고민상담 공감을 위한 커뮤니티 카페 www.hamo2.com
댓글
자기거 들고 나가라고 했더니
와이프 번쩍 안고 나갔다잖아요 ^^
ㅋㅋ 잘하셨어요^^
자존심 내려놓고 그러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그런데 글쟁이세요?
하모이는 왜케 작가분들이 많은겨? ㅎ
그래도 유쾌하게 쓰셨으니 98점 드릴께요 ^^
웹툰으로 제작하면 대박나겠어요~
멋진남편 이십니다
아니면 집착인가요?
혹시 행복하신가요?
정말 너무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어요